한참 일본발 '미니멀리스트' 바람이 불면서 물질적인 미니멀리스트, 정신적인 미니멀리스트가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면서 굳이 개인적으로 '성공' 하기 위해 온 열정을 다 바쳐 사는 것 보다는,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생활 방식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버리고', '비우고', '사지 않는' '無'가 매대를 꽉 '채우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만간 도전을 장려하고 모험을 추구하는 책이 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유행이란 돌고 도는 것이니까 말이다.
2000년대 초만해도 도전이라는 게 젊은이의 특권처럼 묘사되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기는 많은 청년들의 마음을 뛰게 만들었다. 강인한 멘탈과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게 미학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자기계발서들이 어느샌가 '성공한 사람의 일화는 많은 평범한 사람에게 독이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사라졌다. 이제는 실패해도 괜찮고, 너무 많은 희생은 지양하자는, 마음을 달래주려는 책들이 많다. 그러다 요즘은 슬슬 또 불도저 정신을 주장하는 책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그 중에는 저자가 '중국인'인 책들이 많다.
얼마전에 읽고 책장 어딘가에 넣어둔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도전적인 책도 중국인이 저자였다. <포기하지 말자,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도 중국인들이 sns에 올려놓은 여러 에피소드들을 엮어 놓은 것이다. 읽다보니, 지금의 한국 사람들이 읽기에는 조금 철지난 도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학교 때 읽었던 자기계발서를 지금꺼내서 다시 읽는 기분이 들었다. 힘든 상황이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잘 되었다는 다수의 에피소드가, 겨우 1-2장 사이에 수없이 빼곡히 적혀있다. 감동받고, 고무되기에는 부족한 내용같고, 그야말로 sns에 올라올만한 그야말로 '에피소드'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당신이 실패한 원인은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서다.'라고 얘기했을 때의 파장을 생각해보자. 이 책은 그런 파장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내가 더 노력해야해. 내 정신상태가 문제야.'라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금 중국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이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면 현재 한국 청년들과의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본인이 열심히 하면 사회적인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본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사회적인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인 것이 최근 명명백백히 밝혀졌기 때문에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이야기는 공감하기 어렵다.
중국저자의 자기계발서는 잘 안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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