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나 학부모 뿐만 아니라 , 아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모든 어른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니다. 아이와 어른의 관계 뿐 아니라 어른과 어른의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책에서 제시된 것이 학교라는 상황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것을 소위 '사회'라는 장으로 바꿔서 생각하니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인 타인과의 관계도 함께 고민하고 일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두에게 의미가 있을 책이라 생각된다. 나는 학교 교사는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어른스러운 척' 가면을 쓰고 감정적으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쏟아내는 어른이었는지 매순간 반성했다. 내 입장에서 와 닿았던 내용을 다이어리에 옮겨둔 내용을 여기 다시 옮기며 책을 되새기겠다.
1. 몰래 남의 감정을 알아내려고 하는 데는 늘 위험이 뒤따른다.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니다. 점잖음을 잃지 않으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초대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비밀을 토로하는 것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며, 당사자에게는 입을 다물 권리가 있다.
2. 아이의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는 것이,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심하게 꾸지람을 내리는 것보다 더 학교 공부와 숙제를 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
3. 우리 시대의 속성은 공격성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호전성이 권력으로, 충돌이 정의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횡행한다. 예의 바른 행동은 곧잘 비굴한 행동으로 오해를 받는다.
4.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원칙,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 성격과 인격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말라."
5. 난 교실에서 아이들과 말씨름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내가 주장을 하면, 아이들은 반항을 정당화하고 의무를 뒤로 미루기 위한 반대 주장만을 내세워요. 협조를 얻으려면 아이들의 마음을 바꾸기보다 분위기를 바꾸는 편이 더 쉬워요.
6. 지적인 인간들은 설명하는 동물이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전문가는 비전문가에게, 의사는 환자에게, 인간은 자기 영혼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다.
7. 문학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기술하는 칭찬은 아이들에게 생각과 추론을 유도한다. 잔물결처럼 찰랑거리는 설명의 여운은 아이에게 반향을 자극하며, 그런 칭찬은 아이의 기억 속에 확고하게 각인되어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의식을 강화해주소 자기 이미지를 고양시켜 준다.
8. 그 교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꾸짖고 벌을 주려는 유혹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교사는 거친 손으로는 삶의 정교함을 느끼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동정심은 동정심으로만 가르칠 수 있다. 교사는 걱정스럽다는 말을 일부러 넌지시 표현했다. 비난하지 않았다. 오로지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9. 영혼을 질식시키고, 정신을 혼란케하고, 마음을 우울하게 할 때, 학교는 실패한다.
10. 유능한 교사는 아이가 벌을 받지 않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게 한다. 두려움을 제거해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우러난다. 실수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배움에 대한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다.
11. 전통적인 교실에서 사용하는 핵심 교수법은 자연스럽지 못하며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과목의 내용을 알고 있는 교사가, 내용을 모르는 아이에게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12. 설교는 불안감과 분노를 유발하고, 정직한 자기 표현을 방해하며, 핑계를 불러온다.
13. (옮긴이의 말) ...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몽땅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최소한의 예의와 규칙도 배우지 못한 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유분방해지는 아이들 문제를 논의하려면 사실 가정 교육부터 따지고 들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교사는 교사다. 누군가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때 교사의 마음가짐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사범대에서는 이런 걸 가르쳐야 한다. 객관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방법.
내 대학 시절에 수교과 동기들이 부끄럽지만 우리 자신에 대해 인정한 것이 하나 있는데,
'우리는 사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도 임용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잘 못된 생각인 줄은 알지만 그냥 계속 그 생각에 안주하게 된다.'
이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임용고사만 쳐다보았던 졸업생들은 현직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학을 못 가르쳐서가 아니라 아이들과의 관계 때문에... (갑자기 생각난건데 대학교 3학년 때 학과 회비를 빼돌린 그 친구가 임용고사 지역 1등을 했다는 말에 경악했었지. 그 친구는 좋은 선생님이 됐을라나.)
23세의 나는 저자의 말마따나 '교양있는 아이히만'을 만들 지도 모르는 모욕적인 말을 잘 하는 인간이었으므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임용을 과감히 포기했지만(ㅋㅋㅋㅋㅋㅋ), 사실 뭐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진로를 택했지만, 그 때의 내가 교사의 길을 가지 않은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인간도 덜 된 내가 교단에 섰다면 임용 후 수백명의 아이들에게 엄청 나쁜 영향을 끼쳤을 거다. 엄청난 수의 정신병자를 양산했을 수도 있다!! 나의 비꼼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중인가...
글과 실제는 다르고, 동일시하기 힘들거다.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도 없을 것이고.
그래도 어른이 '나는 어른이니까 네가 함부로 행동하면 너를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어.'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강사 생활을 하면서 '빡침주의'를 늘 마음 속에 품고 있지만... 가끔 정말 희한한(?) 애들을 보면 내 나이를 무기로 삼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이 아니라 무지하게 많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이런 책도 읽고 있다...
좀 더 점잖고 성숙한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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