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 제인 셔밀트 각종 감상

 최근 인기있는 영미권 소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페이지를 몇 장 남겨두지 않은 상황까지 긴박감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2~3장 사이에 '반전'이라는 명패를 내세워 '짜잔! 사실은 이랬지롱!'하는 결말을 제시하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언틸 유아 마인>>, <<더 걸 온더 트레인>>과 같은 소설이 떠 올랐다. 두 소설도 읽는 내내 작가가 이렇게 벌여 놓을 대로 벌여 놓은 여러가지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 걱정(?)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더 걸 온더 트레인>>은 꽤 머리에 땀 흘려가며 재미있게 봤었고 <<언틸 유아 마인>>은 읽었다는 사실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내게는 그 소설이 너무 잔인했다.
 <<사라진 딸>>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나오미에게 일어난 일이 뭐야'
 그리고 책장을 덮을 때까지 답을 얻지 못했다.

 자녀에게 무관심한 엄마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떠난 것인가?
 500페이지 내내 자녀와 남편에 대해 생각한 내용이 서술된 것으로 봐서 그 사이 얼마나 가정에 소홀했는지 도통 짐작할 수가 없다. 무관심했다고 하나 뒤 돌아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을 떠올렸던 엄마, 제니. 자녀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녀에게 집중하는 엄마'를 원했단 말인가. 사회생활로 본인들에게 덜 집중했다고는 해도 비행이나 실종으로 엄마에게 복수하는 것은 '너무 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오미나 에드의 행위가 '복수'라는 정황도 없다. 나오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저 벗어나고 싶었을까?
 10대의 치기에 따라 어른처럼 살고 싶었던 걸까. 제니가 걱정하거나 에드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가족의 무관심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일까? 그럼 500페이지 내내 제니가 아닌 나오미가 화자가 되었어야 하는것 아닐까. 단순히 자유를 갈망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사랑이었을까?
 요스카와의 사랑이 원인이었을까. 제니의 생각처럼, 요스카의 복수가 원인이었지만 나오미와 요스카는 정말 가족이 되어버린 그런 상황인가? 그럼 긴 페이지 내내 제니의 죄책감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오미는 엄마가 알던 나오미가 아니다.
 에드가 책 내내 했던 얘기다. 그럼 나오미는 어떤 소녀였다는 거지?
 어떤 아이였길래 조신한 행동 뒤에 숨어서 성관계를 하고, 임신을 하고, 가족을 떠날 수 있다는 건가.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는 '상황'만 받아들이게 된다.

 제니가 안쓰럽다.
 나오미를 잃고도 직장생활과 연애를 계속해가는 아빠 테드와는 달리, 직장도 그만두고 은둔해버린 제니를 보면 그런 일을 겪을만큼 부족한 엄마였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 소설 내내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가는 사람은 제니밖에 없는 것 같다.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건 자기 삶을 살고 있다. 글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나오미는 글자 뒤에 숨어서 제니가 상처받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니가 안쓰럽다. 

 아마 작가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점점 자기의 삶을 살게 되는 자녀에 대한 불안한 애착을 그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손에서 놓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놓아 보내주어야 하는 안타까움,
 내가 납득할 수 없는 길로 가더라도 이미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난 자녀에 대한 아쉬움을 작가가 현재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나오미의 행방이 한 두 장의 짧은 글로 마무리 된 건,
 자녀가 나를 떠나는 순간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부모이고.

 ......


 엄마에게 전화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