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읽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네 편 모두 등장인물의 시점이 왔다갔다 하는 구성을 가진다. 처음엔 이런 구성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지치는 구석도 없지 않았다. 그 지침에 조금 띄엄띄엄 읽은 부분 때문인지 나는 아직
스기시타가 왜 노구치씨를 밖으로 내 보냈는지,
니시자키가 나오코씨를 왜 두둔하려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화자는 바뀌어가며 일을 점점 키우고 있는데,
마지막 10 페이지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어떤 말로 이 이야기를 수습해 나갈지가 정말 궁금했다. 정말 기가막히는 마지막 한 방이 있나보다, 엄청난 반전이 있나보다, 지금까지 미나토 가나에가 그러했듯이!라고 기대했지만 마지막 10페이지는 누가 왜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하기엔 부족했다.
글을 쓰다보니 왼쪽 책 표지의 띠지에 이렇게 쓰여있는 걸 발견했다.
'사건 후 10년, 이제 진실을 알고 싶다.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아하 그래.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나와있었지만 왜 그랬는지 별로 납득은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납득'을 원한 건 아닐 지도 모른다. 책 어느 페이지에 나와있던 것 처럼 '일어나버린 일'이 중요한 거지 그 원인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과거에 사랑으로 미화된 폭행/폭력에 대한 무기력함을, 일방적으로 믿고 있는 죽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의 죄를 뒤집어 쓰는 것으로 속죄하겠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다 용서할 수 있다고, 니시자키가 결론을 내 버린 것 같아서 답답하고 조금은 화도 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상식에 인물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정말 '니시자키'라는 인물이 살아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답답하고, 어둡고, 뭔가 저지를 것 만 같은 키 크고 예쁘장한 청년이...
스기시타의 행동은 사실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결국은 안도가 그녀를 높은 곳으로 데려가 줬다는 게 무슨 의미며, 나루세와 그녀의 마지막은 또 상황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 그리고 주인공인 듯 하면서 주인공이 아닌 그녀의 말 들이 상황을 좀 더 어지럽게 만든 것 같다. 모두가 가장 소중한 사람만을 생각했다? 모르겠다. 스기시타가 나루세를 사랑해서 죄를 공유했다고? 니시자키가 나오코를 사랑해서 죄를 덮어썼다고? 나오코는 노구치를 사랑해서 폭행을 참고 니시자키를 이용했다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죄다 이해되고 용서가 가능하다는 얘긴가? 희한하게 변형된 형태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원하지 않게, 아름답지 않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형태야 어찌됐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다...?!!
이 정도로 생각하니 조금 안타깝다. 하긴, '사랑'이라는게 잘해주고 친절한 모습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게 집착하는 형태로든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도 있겠지. '사랑'이라는 게 글쎄.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니까... 갑자기 좀 복잡해지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 진 것 같던데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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