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하루키의 소설은 딱 한 편, 정말로 딱 한 편만 읽어봤다. 예전에 회사 생활을 할 때 독서 모임 같은 걸 했었는데, 그 때 어떤 과장님이 미야베 미유키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 팬이셨다. 마침 내가 그 과장님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그 분이 하루키 하루키 할 때 마다, 미유키 미유키 할 때 마다 나는 그 책들을 다 외면해버렸다. 두 작가의 소설을 그 동안 안읽은 아~주 유치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가 인상적이라서 읽은 책이 딱 한 권 있는데 그게 <잠>이라는 소설이다. 그 책을 읽고나서 내가 느낀 느낌은
'대충쓰네'
였다. 유명 작가이니 쓰는 글 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나보다 싶었다. 그리고 나서 또 한 참을 잊고 살다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의 표지에 또 꽂혀서 충동적으로 책을 샀다가 지금은 읽지 않은 채로 내 책장에 고이 꽂혀있다. 그러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이번에는, 제목에 꽂혀서 사버렸는데 2-3일에 걸쳐 조금씩 재미있게 읽었다. 하루키의 소설은 잘 모르고, 하루키가 계속 언급한 하루키체가 뭔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오랜시간 즐기듯 소설을 써 온 이 작가는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수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판했음에도 여전히 그 것은 '운'과 본인의 '체력' 덕분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하루키는 아마도 소설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기본이 잘 되어있는 한 그들의 꿈을 조금씩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멋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멋있는 말,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았는데 따로 메모를 해 놓지 않다보니 책을 덮으니 뚜렷하게 그 말들이 기억나지가 않는다. 그저 힘을 빼야 한다는 것, 모든 것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작가는 자기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마음에 자리잡았다. 요즘 글쓰는 사람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글 쓰는 것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창작에 관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다. 그 책들을 보면 먹고사는 얘기, 계약에 관한 얘기 이런 실질적인 것들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고 또 독자들 중에는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또 대부분이겠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본질적인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들었던 어느 강좌에서, 영어번역일을 하시는 분이 번역업무에 관한 책을 쓰시는데 그 중 영어번역에 관한 한 꼭지를 맡아서 쓰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차피 사람들은 번역가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어떻게 계약을 하는게 유리한지 이런거에 관심이 있다. 번역 스킬이나 이런거는 적어봤자 관심이 없다. 그러니 돈에 관한 얘기를 하겠어요'라고 하셨다. 좀 더 본질적인 얘기를 하는건 어떨까요? 라는 말은 가슴 속으로 꾹 삼킨 상태에서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날의 대화(?)에서 느꼈던 갑갑함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본인 직업의 본질에 충실한 이야기, 특별히 소설가에 관한 작가들의 생활과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하루키의 책을 두 번째 읽은 느낌은, '이건 대충 안썼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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