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알게 된 해운대 물놀이의 재미! 연약한 일상



24년을 부산에서 살면서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왜 여름에 해운대에 가는가! 였다.
사람도 많고, 지저분해 보이는데 왜 그렇게 다들 여름에 해운대에 몰려드는 걸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부산에 살 땐 주로 봄, 가을, 겨울에만 바닷가에 갔고 (그것도 발을 담근다기 보단 그냥 바다를 보러.)
여름에 굳~이 바다를 가고 싶다면 밤 늦게 송정이나 광안리 쪽에 가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정도로 바다를 즐겼다.
내 사전엔 내 고향 부산에서의 바다 물놀이란 없었다 ㅎㅎ

그렇게 부산을 떠났고, 경기도에 자리를 잡아 몇 년을 살게 됐다. 학교도 졸업하고,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타지가 제2의 고향이 되어갈 때 쯤. 해운대가 그리워졌다. 몇 년씩 다녔던 학교 앞도 아니고, 20년간 살았던 동네도 아니고,
"도대체 여름에 거기를 왜 가노?"라고 여기던 해운대가 그리워졌다. 긴 해안을 따라 부서지던 하얀 파도도, 백색의 모래사장도. 해수욕장 한 쪽에 소담히 놓인 동백섬도, 죽여주는 바다풍경을 볼 수 있는 달맞이 고개도. 그렇게 해운대를 그리워 하다가... 2014년! 30세를 한 해 넘긴 그때, 기어이 처음으로 한 여름에 해운대 바다에 몸을 담그고야 말았다. 그리움을 참지 못해 풍덩, 뛰어든 것이다. 

오메.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얕은 물에서도 파도가 꽤 세찼다. 튜브에 올라타서 넘실대는 파도를 따라 출렁거리다 보니 이런 신세계가 없었다. 파도를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기도 하고, 파도에 쳐맞기도 하고, 고꾸라지기도 하다보니 30대가 아니라 13세가 된 것 마냥 깔깔대게 됐다. 비록 파도가 신랑의 안경을 훔쳐갔고, 워터프루프 선크림을 다 씻어내버렸긴 했지만 우리는 며칠을 파도에 떠 있는 기분으로 살게 됐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다시 해운대를 찾았다. 늘 가져갔던 튜브를 가지고, 엄청 강력하다는 워터프루프 선크림을 바르고 해운대 바닷가를 찾았다. 오늘도 신랑은 안경을 잃어버릴 뻔 했고, 해안가 가까운 얕은 물에서도 튜브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물을 잔뜩 먹었지만 우리는 다시 13세가 되어 깔깔대고 있었다. 나는 28세에, 신랑은 31세에 서로를 만났지만 둘이 같이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어푸어푸 거리고, 남들 앞에선 절대 내지 않을 희한한 웃음 소리로 웃어댔다. 

아이가 된 신랑의 모습을 봐서 좋았다. 파도가 넘기고 간 머리칼 사이로 흰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반짝 반짝 빛나는 아이긴 했지만.
바다의 재미, 놀이의 재미 그리고 우리의 바보같은 모습을 알려준 해운대 물놀이. 다음 해에 또 오겠다! ㅎㅎ




바다에선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찍어도 예쁘지도 않을 거라 사진 촬영은 포기 :)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슬쩍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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